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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090219 한강하구, 장항습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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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610회 작성일 19-05-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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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19 한강하구, 장항습지를 다녀와서


- 고라니야, 언제까지나 널 지켜줄게-          (장항습지를 다녀와서. 2009. 2. 18)


자유로를 타고 파주쪽을 달리다 보면 늘 왼쪽 한강변으로 철책이 두 겹으로 둘러싸인 곳 너머로 노을이 아름다웠던, 노을에 비친 갈대숲의 서걱임과 반짝이는 강물결을 눈 걸음, 가슴 걸음으로만 달려가 보았던 자리, 그 위로 줄지어 나는 철새들의 무리를 점점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았던 그 곳을 오늘 처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군사보호지역이며 2006년 4월 17일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는 한강하구의 장항습지는 아이러니하게 냉전의 산물인 철책으로 가려져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다보니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생태계의 보고가 된 땅이다.

장항습지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한강 하구 여섯 군데 중 가장 내륙에 위치해 있다. 철조망 너머 자유로에는 자동차들이 하루 종일 쌩쌩 달리고 있고 조금 더 내륙으로 가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가장 도시적인 것과 가장 자연적인 것을 가르는 그 경계는 다름 아닌 철조망이었다.

남과 북이 서로 총을 겨누던 냉전의 산물 그 철조망이 걷어진다고 한다. 세워진지 무려 40여년 만이다. 철조망은 무장공비 침투 대비를 위해 1970년에 세워졌던 아픈 역사의 상징이었다. 장항습지 쪽에서 보면 가장 바깥에 있는 1차 철조망은 완전히 걷어내고 안쪽에 있는 2차 철조망은 일부분이 걷어진다고 한다.

반디교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군부대의 허락을 받고 신분증을 맡겨야만 철조망 안쪽에 있는 장항습지에 발을 내디딜 수가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과 그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강, 비어있는 논과 들판은 그 안에 철새와 멸종위기 동식물의 피난처를 넉넉하게 제공해주고 있었다.

물가를 좋아한다하여  물사슴(water deer)이라고도 불리는 고라니가 망원경 렌즈 안으로 뛰어들어오더니 어느새 두 마리가 되어 겨울 강가의 빈 논 가장자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이곳은 무려 100여 마리의 고라니떼가 서식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통틀어 고라니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습지의 안쪽으로 차를 몰고 가는 도중 몇 마리의 고라니를 만났는데 녀석들은 인기척을 느끼면 후다닥 도망을 가다가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곤 하였다.
차창을 열고 뒤돌아보는 고라니를 가까이에서 보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우리가 탄 차가 지나가자 물위에 떠 있던 수백, 수천 마리의 새떼들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경계태세를 취하였다가 차가 잠시 멈추자 후드득 하며 어느 순간 새떼가 한꺼번에 비상하는 광경이 목격됐다. 큰기러기, 가마우지, 황오리, 물떼새, 청둥오리, 재두루미 등 그밖에도 나는 다 알지 못할 수많은 희귀한 새떼들이 뒤섞여 나른 것이리라.

이 곳 장항습지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땅과 물과 하늘에서 각종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게 하는 곳이었다. 인위적인 침범이 아직은 미치지 않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였다. 혹여나 멸종위기에 놓인 생명체들이 행여 고향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철책선을 걷어내고 대신 장합습지에 탐방로와 탐조대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벌겋게 녹이 슨 채 흉물스럽게 방치된 철책선은 이제 걷어낼 때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에 따른 지혜로운 대책도 함께 세워야 할 것이다.

장항습지의 동식물들은 현재 야생으로 살아가지만, 사람이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생태계를 교란한다면 이곳은 더 이상 생명체들의 살아 숨 쉬는 공간이 아닌 죽음과 더러움으로 돌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장항습지를 찾아 온갖 새들과 고라니를 만나고 오면서 우리 아이들이 대대로 살아가야할 이 땅이 보다 순결하고 아름답게, 생긴 그대로의 멋을 지키고 살아가는 땅으로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돌아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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